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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발강 가에서 마주한 희망: 절망의 끝에서 만난 하나님

by 우목수 2026. 2. 14.

그발강 가에서 에스겔에게 보이신 여호와의 영광 (AI제작)

아들이 입대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묘하게도 제가 결혼했던 바로 그 나이에 아들은 군복을 입었습니다. “아버지는 내 나이에 장가를 갔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던 아들의 뒷모습은 회복될 수 없는 무기력과 패배감 뿐이었습니다. 당시 아들의 상황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치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아들의 입대는 마치 바둑을 두다 더 이상 피할 곳 없는 ‘외통수’에 걸린 것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리듯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또 다른 최악이 겹쳐진 듯한 그 시간, 저와 아내는 매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훈련소를 마치고 배치받은 곳이 훈련이 고되기로 유명한 부대였기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들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대장이 신병 면담 후 아들에게 성경 공부를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절벽에 겨우 매달려 있는 아들에게 구원의 손길 같았던 그 소식에 우리 부부는 펑펑 울 뻔했습니다. 비록 그 중대장은 얼마 후 전출을 갔고 아들은 다시 광야와 같은 곳에 홀로 남겨졌지만,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그곳, 가장 밑바닥이라 여겨지는 그곳에도 하나님은 시선을 두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성경 속 예언자 에스겔의 삶도 제 아들이 느꼈던 그 막막한 절망과 닮아 있습니다. 주전 597년, 바벨론의 2차 포로로 끌려간 에스겔은 ‘그발강’이라는 낯선 땅에 던져졌습니다. 그발강은 낭만적인 강변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유프라테스강 물을 끌어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인공 운하였으며, 포로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했던 고통의 현장이었습니다.
 
포로 생활 5년 차, 에스겔의 나이는 서른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예루살렘에 있었다면 율법에 따라 정식으로 제사장의 직무를 시작했을 나이입니다. 가장 화려하고 거룩한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존경받아야 할 시기에, 그는 이방 신 마르둑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흙을 파고 돌을 나르는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꿈도 희망도 사라진 채,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고통인 삶, 이것이 청년 에스겔이 마주한 잔인한 현실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 참담한 그발강 가에서, 역설적이게도 하늘이 열립니다. 전직 제사장이자 현직 전쟁 포로인 그에게 여호와의 영광이 임한 것입니다.
 
에스겔이 본 환상은 기이하고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사람, 사자, 소, 독수리의 형상을 한 네 생물이 나타났고, 그 곁에는 영을 따라 일제히 움직이는 거대한 바퀴가 있었습니다. 머리 위 궁창에서는 전능자의 소리가 들렸고, 그 위의 보좌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방에는 비 오는 날 구름 속 무지개와 같은 찬란한 광채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이 환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당시 사람들은 신이 특정 지역에 머문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루살렘이 망했으니 여호와 하나님도 패배하여 사라졌다고 믿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망한 예루살렘의 작은 신전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사자 같고 독수리 같은 힘을 가지신 우주의 통치자이시며, 바퀴 달린 전차처럼 어디든 가실 수 있는 분임을 스스로 드러내신 것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은혜는 그 장소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거룩한 성전이 아니라, 우상 숭배의 본거지이자 포로들의 눈물과 땀이 섞인 그발강 공사 현장 한복판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제사장이 제사를 드릴 수 없는 비참한 현실, 하나님이 버린 것만 같았던 그 절망의 땅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위엄을 보이시며 “나는 여전히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무지개 언약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삶도 에스겔의 그발강과 다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현실은 비참하고, 하나님은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 그분의 존재조차 잊혀질 때가 있습니다. 내 인생만 홀로 버려진 듯한 외로움이 밀려올 때, 우리는 에스겔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스러운 현실, 그 ‘그발강’ 가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분은 여전히 온 우주를 운행하시며, 당신의 백성을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상황이 아무리 ‘외통수’에 걸린 것처럼 막막할지라도, 그곳이 바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고통스럽고 막막한 당신의 그발강에서 고개를 들어 보좌에 앉으신 이를 바라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분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