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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주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짜 성탄의 얼굴: 우리가 기다리는 구원자는 누구인가

by 우목수 2025. 12. 21.

어린 시절의 성탄절을 기억하시나요? 늦은 밤까지 교회에 모여 간식을 나눠 먹으며 예술제를 준비하고, 새벽송을 돌며 밤새 거리를 누비던 그 설렘 말입니다. 일 년 중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외박이 허락되는 날이라며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추억,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의 성탄절은 어떤가요? 입시와 기말고사에 지친 아이들, 숙제처럼 해치우는 행사들, 그마저도 없는 작은 교회들의 적막함까지. 어쩐지 예전만 한 재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성탄절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이라는 교과서적인 대답 말고, 당신의 삶에 이 날은 얼마나 중요한 날입니까?

 

우리가 원했던 '영웅', 그리고 실패한 기대들

사람들은 늘 강력하고 멋진 구원자를 기다립니다. 성경의 역사 속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을 고통에서 건져줄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메시아를 갈망했습니다.

그들이 기대했던 메시아의 모델들은 화려했습니다. 바벨론을 정복하고 유대인을 해방시킨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 2세'나, 성전 재건을 이끌었던 다윗의 후손 '스룹바벨' 같은 인물들이 그랬습니다. 특히 기원전 2세기, '망치'라는 별명을 가지고 군사적 승리를 거두며 잠시나마 독립을 쟁취했던 '유다 마카베오'는 당시 사람들에게 진짜 메시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이후에도 이런 열망은 계속되었습니다. 기원후 132년, 로마에 대항해 전쟁을 일으킨 '시몬 바르 코크바'는 당대 최고의 랍비에게 '야곱에게서 나오는 별'이라 칭송받으며 메시아로 선포되었습니다. 그는 한때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로마군을 전멸시키기도 했지만, 결말은 처참했습니다. 로마의 진압으로 58만 명이 전사했고, 유대 땅은 황폐해졌습니다. 로마 황제는 유대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 땅의 이름을 유대인의 원수였던 블레셋의 이름을 따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로 바꿔버렸습니다.

이 역사적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강력한 힘과 조건을 갖춘 '우리가 원한 메시아'였다는 점입니다.

 

초라한 구유, 그리고 십자가

하지만 진짜 구원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화려한 모습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메시아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의 기대보다 한참 나약하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왕궁이 아닌 말구유에 누이셨고, 자신을 지킬 군대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영웅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거절하고 의심했습니다. 결국 그분은 멸시를 받고 버림받아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사탄의 머리를 상하게 하고 구원을 완성할 하나님의 약속은 파괴와 폭력으로 무장한 강력한 힘이 아니라, 가장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희생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의 성탄절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이사야 선지자는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다"고 한탄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진실되지만 연약해 보이는 십자가의 복음보다는, 화려하고 거대하고 부유한 것을 따르려 합니다.

우리가 그려놓은 성탄절의 이미지가 단순히 즐겁고 화려한 연말연시의 휴일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2,000년 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그분의 초라함과 찔림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평화를 주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세상의 화려한 조명 대신, 초라한 말구유에 누우신 그리스도를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거대함이 주는 만족이 아니라, 나를 위해 기꺼이 작아지신 그분의 사랑이 주는 깊은 평화를 누리는 계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화려한 포장지가 선물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듯, 성탄의 참된 의미는 연말의 화려한 분위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에 있습니다. 포장지를 뜯어내고 그 안에 담긴 가장 귀한 선물을 발견하는 기쁨이 여러분에게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