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겔 23장 ‘오홀라와 오홀리바’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912년 4월 14일 밤, 북대서양을 항해하던 타이타닉호 무전실에는 빙산이 떠다닌다는 경고가 무려 여섯 차례나 쏟아졌습니다. 인근 캘리포니안호의 무전사가 얼음에 둘러싸여 멈춰 섰다고 마지막 경고를 보냈을 때, 타이타닉의 무전사 잭 필립스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조용히 해! 나 지금 바빠! 승객들 전보 처리 중이란 말야."
필립스는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앞의 잡무에 지나치게 성실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살릴 결정적인 경고를 한낱 '전파 방해'로 치부한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불과 40분 뒤 타이타닉은 빙산과 충돌했고, 1,500명이 넘는 생명과 함께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습니다.
만약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장면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배가 "우리는 괜찮다"며 전속력으로 같은 항로를 내달렸다면, 우리는 그 선장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기원전 남유다의 역사가 정확히 그러했습니다.
언니의 비극을 목격하고도 더 깊이 빠져든 동생
구약성경 에스겔 23장에는 오홀라(북이스라엘·사마리아)와 오홀리바(남유다·예루살렘)라는 두 자매의 충격적인 비유가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같은 뿌리에서 나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거룩한 백성이었습니다.
- 언니 오홀라의 파멸 오홀라는 자신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보다 앗수르의 화려함과 막강한 군사력을 더 사모했습니다. 하나님 대신 힘 있는 이방 세력과 영적·외교적 음행을 저지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그토록 흠모하던 앗수르의 칼날에 의해 기원전 722년 비참하게 멸망했습니다.
- 동생 오홀리바의 폭주 동생 오홀리바는 언니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경고를 마음에 새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니보다 더 방탕하게 앗수르를 사랑했고, 바벨론으로 연통을 보냈으며, 과거 애굽 시절의 쾌락까지 그리워했습니다. 남편인 하나님이 선물해 주신 거룩한 향과 기름으로 연인들을 대접하고, 은혜의 상징인 자녀들을 우상의 제단에 불살라 바치는 참극을 저질렀습니다.
오홀리바는 하나님을 버린 대가로 자신이 집착하던 강대국 군대에 의해 모든 장신구를 빼앗기고 집과 성벽이 불타는 심판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이 맹신하고 사랑했던 대상이 결국 자신을 찌르는 흉기가 된 셈입니다.
오늘 우리 마음속 무전실의 풍경
이 거칠고 잔혹한 고대 이야기를 21세기에 다시 읽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 삶의 무전실 역시 타이타닉호, 그리고 오홀리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울려 퍼집니다. "돈을 더 벌어야 해."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 인정받아야 해." "스펙과 성공을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어."
세상의 신호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우리에게, 삶의 근본을 돌아보라는 말씀의 경고는 귀찮은 소음처럼 들리곤 합니다. "하나님, 저 지금 너무 바쁩니다. 나중에 말씀하세요." 우리 역시 그렇게 소리치며 빙산 해역을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건강, 시간, 재능,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우리는 지금 어떤 제단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까? 은혜로 얻은 것들을 세상의 성공과 쾌락이라는 우상에게 고스란히 바치고 있다면, 우리가 의지하는 그 세상의 힘이 언젠가 우리를 베어 무는 칼이 될 수 있습니다.
경고가 들려온다는 것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는 증거
타이타닉 참사 이후 바다는 변했습니다. 배들은 전 승객을 태울 구명정을 구비했고, 무전실의 귀를 밤낮으로 열어두었으며, 빙산 감시 순찰대를 조직했습니다.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전의 안일함을 철저히 버렸습니다.
에스겔 23장의 잔혹한 기록은 절망을 주려는 저주가 아니라, 잠든 영혼을 깨우려는 하나님의 다급한 사이렌입니다.
"나는 죽을 자가 죽는 것도 기뻐하지 아니하노니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 살지니라." (겔 18:32)
경고의 음성이 들려온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배가 침몰하지 않았다는 가장 명확한 은혜의 증거입니다.
세상의 분주한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영혼의 무전실 문을 활짝 열 때입니다. 부서진 성벽과 잿더미 위에서 허탈하게 깨닫기 전에, 돌이킨 자리에서 부어주시는 회복과 참된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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