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득한 우상숭배와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
에스겔 선지자가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유다의 장로들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을 예루살렘의 환상 속으로 이끄셨습니다. 하나님의 성읍인 예루살렘은 안타깝게도 우상과 그를 숭배하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소에는 가증한 우상이 서 있었고, 여인들은 담무스를 위해 애곡하며, 남자들은 태양신을 섬기기 위해 여호와를 등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처참한 우상숭배의 모습을 보이신 후, 에스겔에게 본격적인 분노와 심판의 계획을 드러내십니다. 예루살렘의 죄악은 이제 극에 달했고, 하나님의 인내 또한 임계점을 넘어서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분노는 우렁찬 외침으로 나타납니다. “이 성읍을 관할하는 자들아, 각자 죽이는 무기를 손에 들고 나오라”는 명령은 너무나 단호하고 두려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더 이상 회개의 기회가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최후통첩과도 같습니다.

2. 하나님의 인내와 돌이킬 수 없는 심판의 날
우리 성도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무한한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끝내 돌이키지 않는 죄악에 대해서는 반드시 분노하시며 심판을 집행하십니다. 그날이 언제 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그 심판의 날이 반드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여섯 명의 심판자가 각자 파괴의 무기를 손에 들고 주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사람은 조금 특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가는 베옷을 입고 허리에 서기관의 먹통을 차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님의 성전 안, 놋 제단 곁에 섰습니다. 그때까지 그룹(Cherubim) 위에 머물러 계시던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 문지방으로 이동하셨고, 허리에 먹통을 찬 사람에게 먼저 엄중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3. 탄식하는 자를 향한 구원의 인(印)과 철저한 심판
하나님께서는 먹통을 찬 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 성읍을 두루 다니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가증하고 역겨운 우상숭배 때문에 탄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표를 그려라.” 이어서 파괴의 무기를 든 자들에게도 명령하셨습니다. “너희는 표를 받은 사람의 뒤를 따라 성읍을 다니며 사람들을 쳐서 죽여라. 절대로 불쌍히 여기지도 말고 가엾게 여기지도 말라.”
이제 진정한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에스겔서에서 반복되는 “불쌍히 여기지 말고, 가엾게 여기지도 말라”는 표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참으셨기에, 심판의 때에 임하는 하나님의 의지는 너무나도 단호합니다. 심판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긍휼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4. 성소에서 시작된 심판: 지도자의 막중한 책임
하나님의 심판에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노인과 젊은이, 처녀와 어린아이, 그리고 부녀들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평소 하나님께서는 과부와 고아, 나그네를 특별히 긍휼히 여기라고 명하시며 당신의 자비로운 성품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심판의 날에는 그러한 구분마저 사라집니다. 오직 철저한 공의의 집행만이 있을 뿐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심판의 첫 번째 대상이 장로들이었으며, 그 시작점이 바로 성소 앞이었다는 사실입니다(겔 9:6). 왜 장로들부터 심판을 받아야 했을까요? 누가복음 12장 47절과 48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 아니하고 그 뜻대로 행하지 아니한 종은 많이 맞을 것이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
장로들은 백성들에게 지혜로운 길을 제시해야 할 지도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가장 잘 알고 백성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을 진 이들이 정작 성전 구석에서 가증한 짐승과 우상을 섬겼습니다. 심지어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지 않으시고 이 땅을 버리셨다”는 거짓 가르침으로 백성들을 미혹했습니다. 성소는 하나님을 만나는 가장 경건한 장소여야 함에도, 그곳이 우상숭배의 중심지가 되었기에 심판이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5. 현대 교회를 향한 경고와 에스겔의 중보 기도
오늘날 많은 이들이 교회의 세속화를 우려합니다. 에스겔서의 말씀을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두려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가장 거룩해야 할 교회가 하나님을 등지고 권력과 재물을 쫓는 모습은 당시 예루살렘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번영신학에 함몰되어 돈과 권력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재단하려는 시도는 현대판 우상숭배와 다름없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성소 앞에서, 그리고 장로들로부터 시작된다는 대목을 우리는 떨림으로 읽어야 합니다.
타락한 성소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는 성전 뜰을 시체로 가득 채우라는 명령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과 백성이 기쁨으로 만나고 생명이 회복되어야 할 장소가 죽음과 파괴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이를 목격한 에스겔의 공포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부르짖었습니다. “여호와여, 예루살렘에 주의 분노를 쏟아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모두 멸하려 하시나이까?”
여기서 '남은 자'란 주전 597년 바벨론 침공 당시 살아남은 이들을 의미합니다. 예루살렘의 운명은 곧 포로로 끌려간 이들의 가족과 친척의 운명이었기에 에스겔은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그는 아마도 이마에 표를 하러 간 서기관의 역할을 기대하며, 단 한 명이라도 더 구원받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6. 단호한 하나님의 응답과 성도의 순종
그러나 하나님의 답변은 엄중했습니다. 오직 죄의 크기와 심판의 정당성만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의 죄가 너무 크고, 땅은 피로 가득하며 불법이 꽉 찼다.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셨다고 거짓말하며 악을 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불쌍히 여기지 않고 그들의 행위대로 갚을 뿐이다.”
에스겔의 간절한 중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대답은 "이미 늦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죄가 충만하여 심판의 잔이 넘쳤기에 하나님께서는 선지자의 간구를 거절하셨습니다. 그때 가는 베옷을 입은 자가 돌아와 보고합니다.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제가 다 수행했습니다.” 구원의 표를 하는 자는 금방 돌아왔지만, 심판하는 여섯 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구원받을 자보다 심판받을 자가 훨씬 많았음을 암시하는 두려운 장면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종종 자기중심적입니다. 내가 기도하면 하나님은 무조건 들어주셔야 한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참된 성도는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조차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분의 뜻에 의지를 굴복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에스겔은 더 이상 반문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 앞에 침묵하며 순종한 것입니다.
7. 깨어 준비하는 삶: 예수 그리스도의 경고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며 마지막 날을 경고하셨습니다.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또한, 적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난리와 전쟁의 소문이 들리겠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선택받은 백성들에게 항상 깨어 준비할 것을 권면하셨습니다. 노아의 때처럼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방종할 때 심판이 도둑같이 임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밭에 있어도 한 사람은 데려감을 당하고 한 사람은 버려질 것입니다. 맡겨진 사명을 잊고 방탕하게 지내는 종은 엄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충성된 종으로서 주님의 날을 예비해야 합니다. 가짜들의 기적과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등불 삼아 살아가야 합니다.
8. 결단과 기도: 칼빈의 기도를 기억하며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기도를 남겼습니다. 우리 역시 이 기도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전에 당신의 백성들을 거칠게 징계하셨사오니 그것을 보고 우리가 경성케 하소서.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이름을 두려워하여 당신의 법에 복종함으로써 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하소서. 만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징계하신다면 그 모든 것이 유익이 되게 하시고,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 주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알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독생하신 아들의 피로써 얻어 주신 복된 기업으로 우리를 모으실 때까지 그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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