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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로 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입니다.

by 우목수 2024. 12. 5.

나는 목사다. 나의 신념에 교회는 정치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교회가 정치와 가까워지려는 것은 결국 권력 주변을 기웃거린다는 것인데 이는 하나님의 주권보다 세상의 권력을 의지하는 것이기에 옳지 않다. 나는 위기의 시기에는 골방으로 들어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 대한민국의 사태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나는 목사이니 성경 속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옳은가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 해줄 것이다.

 

 

여리고를 바라보는 여호수아 / 그림 Adobe Express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이 광야를 40년간 유랑한 후 드디어 요단 강을 건넜다. 이제 약속의 땅 가나안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만나는 성이 여리고다. 매우 강한 성이다. 어쩌면 40년 전 가데스 바네아에서 파견되었던 정탐꾼들이 "우리는 메뚜기 같다"고 보고했던 제일 원인이 여리고일지도 모른다.

 

지도자 여호수아는 정탐꾼을 여리고로 보냈다. 여리고에 숨어든 정탐꾼은 임무를 수행하다 여리고 군사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이 때 정탐꾼은 한 여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 여인의 이름은 라합이다. 라합은 여리고 여인이었음에도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숨겨주었다. 라합의 집에 숨은 정탐꾼들은 라합의 도움이 고마웠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여리고의 여인이 대적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도와줬을까?'  숨어있으면서도 매우 궁금했다.

그때 라합이 숨어있는 정탐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주님께서 이 땅을 당신들에게 주신 것을 압니다. 우리는 당신들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이 땅의 주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당신들 때문에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당신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에, 주님께서 당신들 앞에서 어떻게 홍해의 물을 마르게 하셨으며, 또 당신들이 요단 강 동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을 어떻게 전멸시켜서 희생제물로 바쳤는가 하는 소식을, 우리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했고, 당신들 때문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로는 땅 위에서, 과연 주 당신들의 하나님만이 참 하나님이십니다." (여호수아 2:9-11. 새번역)

 

라합은 당신들의 하나님이 차 하나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 당시 두 국가의 전쟁은 신들의 전쟁으로 이해했다. 여리고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여리고의 신과 이스라엘의 신의 전쟁이다. 여리고의 승리는 여리고 신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이스라엘의 승리는 이스라엘의 신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라합의 말은 이스라엘의 신이 진짜라는 고백이다. 

 

이스라엘의 신이 진짜라는 것에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된다. 이스라엘의 신이 참 신이라는 것, 이스라엘의 신이 정의롭다는 것, 이스라엘의 신이 최강이라는 것 등등이다.

라합은 이스라엘의 신이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정의롭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라합은 여리고에 속한 여인이지만, 정의로운 이스라엘의 신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따르는가?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계엄령 사태는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황당함과 두려움, 그리고 가장 큰 분노로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그리고 이후 또 우리 사회는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한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라합의 이야기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이다.

라합의 이야기를 해준 후 보통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여러분이 학교를 졸업 후 사회에 나가면 수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판단과 선택은 좋은 것일 수 있지만,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판단이든 결국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라옵니다. 좋은 판단이나 선택 후에 따라오는 결과는 여러분이 누릴 열매가 됩니다. 그러나 나쁜 선택과 판단 후 따라오는 책임도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좋은 판단을 위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라합처럼 자신이 속한 진영보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진영이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둘째는 옳은 것을 선택할 때 대부분의 상황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가 있어야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해서 용기있는 선택을 하십시오." 


 

한밤중의 계엄은 비록 짧은 해프닝처럼 끝이 났지만 후폭풍은 결코 적지 않다. 잘 수습되어야 한다.

'고민이 깊어진다'는 것은 올바른 용기보다는 셈법이 복잡한 이유일 것이다.

부디,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고, 용기있는 결과들이 나와 대한민국이 빨리 회복되길 기도한다.